


“제 터에 지은 집이 아니면 언제든지 헐리리라.”
김포 출신 독립운동가 애류(崖溜) 권덕규(權悳奎, 1891~1950) 선생을 기리는 ‘애류권덕규선생기념사업회’ 창립준비위원회(위원장 정형진, 이하 창립추진위원회)가 공식 출범하며 기념사업 추진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우리말 아버지’ 주시경 선생의 수제자였던 애류 권덕규 선생은 일제강점기 우리말사전 편찬운동인 ‘말모이’ 핵심 인물로, 같은 이름의 영화 실제 주인공 중 한 명이다.
창립준비위원회는 26일 오후 3시 30분, 장기도서관 3층 대강당에서 학계 인사·종중 관계자·지역 시민 등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발족식을 거행했다.
이번 행사는 창립준비위원회가 주최하고 김포문화원이 주관했다. 김포문화원 권태일 사무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발족식은 박윤규 김포문화원장의 환영사를 시작으로 권이태 안동권씨감찰공종중 이사의 경과보고, 최기영 서강대학교 명예교수의 취지문 낭독, 조민재 김포학연구소장의 선생 생애·업적 소개 발표 순으로 이어졌다.
창립준비위원회는 지난해 9월부터 최기영 서강대학교 명예교수·황병돈 홍익대학교 부총장·김동환 국학연구원 연구위원·김영복 인사동 ‘문우서림’ 대표·권이태 안동권씨감찰공종중 이사·권유택 ㈜우송 이사·조민재 김포학연구소장·권태일 김포문화원 사무국장이 참여해 구성됐다.
애류 선생은 주시경(1876~1914) 선생의 수제자로, 스승 사후 조선어학회(현 한글학회)를 조직해 한글 운동을 체계적으로 전개한 위인이다. ‘한글 맞춤법 통일안’ 제정에 핵심적 역할을 했으며, 일제의 조선어 말살 정책에 맞서 16만여 개 우리말 어휘를 집대성한 ‘조선어대사전’ 편찬에도 참여했다.
이 같은 공훈을 인정받아 2019년 광복절에 건국훈장 애국장에 추서됐다. 일제강점기, 우리말을 지키는 것이 곧 민족정신을 수호하는 독립운동이었다는 점에서, 조선어학회 활동의 중심에 섰던 애류 선생에 대한 재조명은 독립운동사 측면에서도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애류 선생은 유근(1861~1921)의 영향을 받아 역사 연구에도 매진해 조선어문경위·조선유기·조선유기략·조선사·을지문덕·조선어강좌 등 방대한 문헌을 남겼다. 육당 최남선(1890~1957)은 애류 선생을 ‘조선이라는 다 기운 집을 홀로 떠받치고 있는 외기둥’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정현진 창립준비위원장은 “주시경 선생의 수제자라는 타이틀 뒤에 가려 권덕규 선생 본인의 독자적인 업적은 대중에게 잊혀가고 있었다”며 “디지털 시대를 맞아 우리말 훼손이 심각한 오늘날, 선생의 ‘언어 독립투사’ 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포 사람들이 떠받들어 애류 선생의 정신이 대한민국의 정신이 되도록 해야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윤규 김포문화원장은 “애류 선생의 정신을 지역사회와 미래 세대에 올바르게 전하는 일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며 뜻을 함께했다.
조민재 김포학연구소장은 “우리 말·우리 민족을 지킨 사람은 한글을 지킨 사람”이라며 “김포시가 대한민국이 문화강국이 되도록 뒷받침해 줄 것을 바란다”고 강조했다.
애류 선생 조카이자 유족대표인 권유택 씨는 시인 서정주의 말을 빌려 “수많은 한글학자 중 권덕규는 끝까지 충절을 지켰으니 진정한 애국자”라며, “오늘날 세계 속 우뚝 선 대한민국이 있게 한 것은 한글이며, 일제강점기 말살된 우리말 맥을 이어간 것은 주시경 선생과 그의 제자인 애류 권덕규 선생”이라며 긍지를 드러냈다.
창립준비위원회는 앞으로 발기인·후원 기반을 확대하고 창립총회를 준비하는 한편, 선생 관련 자료 수집·문집 및 평전 발간·생가터 복원 등 기념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경기도·김포시와 협력한 애류 선생 전집 출간, 국가보훈부와 연계한 기념관 건립, 기념비·표지석 설치, 공원과 어록비 조성 등 장기 계획도 마련했다.
권유택 준비위원은 “이번 발족식은 애류 권덕규 선생의 삶과 정신을 지역사회 안에서 다시 세우는 출발점”이라며 “선생의 학문과 민족정신, 문화적 가치를 널리 알리고 이어갈 수 있도록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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