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가 부러질 듯 축 늘어진 가을 과일 앞에 서면 마음이 부자가 됩니다. 풍요로움과 보람이 가득 차오르는 마음과 함께 비바람을 견뎌 내고 열매를 맺은 자연의 생명력 앞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 주 전까지 마당의 미니사과로 그 즐거움을 누렸다면, 이제는 창문 앞에 보이는 감나무가 그 역할을 대신합니다. 먹거리가 많아졌다는 사실을 넘어, 한 해의 결실을 증명받는 듯한 정서적 포만감을 줍니다. 파란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주황빛으로 탐스럽게 익어가는 감에 카메라를 갖다 대면 어디로 찍어도 아름답습니다.
올해는 유난히 많이 열려, 홍시로 만들어 나눈 감이 벌써 수백 개가 넘었는데도 가지가 휘도록 달린 감 사이로 매일 홍시를 골라내기 바쁩니다. 굳이 이런 법석을 떠는 것은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새들에게 뺏기고 말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부지런히 따내는데도 반 가까이는 새들에게 뺏기거나 쪼아댄 흔적이 남습니다. 이런 것들은 농사짓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내 몫이 됩니다. 좋은 감은 대접할 때 쓰고, 새가 쪼아 볼품없어진 것들은 내 차지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새들 몫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이미 반 이상 쪼아 놓은 감은 따도 먹을 수 없으니 새 몫으로 둡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 조상들이 감을 딸 때 꼭대기에 몇 개를 남겨 먹이가 부족한 겨울새의 몫으로 삼던 까치밥의 배려와 다르지 않습니다.
사실 가장 기분 좋은 것은 나눔의 행복입니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낫다는 말이 무엇인지는 나누어 본 사람만이 아는 행복한 감정입니다. 건네받는 사람의 환한 얼굴을 보면, 줄어드는 것은 감이고 늘어나는 것은 마음입니다. 철 지난 미니사과가 그랬듯이 앞으로 한 달은 감 나눔으로 행복할 것 같아 벌써 즐겁습니다.
오늘
풍성함은 많이 거두는 데서가 아니라, 거둔 것을 나누는 데서 완성됩니다.









![[기고] 내려 놓는다는 것](https://gimpo-senior.com/wp-content/uploads/2026/10/1-218x150.jpg)






















